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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지 (Nuzi)
    주인장 낙서 2014. 3. 5. 14:35

    누지 (Nuzi)

     

    고세진 박사(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 성경고고학 교수)

     

     

     

    누지(Nuzi)는 구약성경(특히 창세기)을 연구하는데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고고학 유적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 있 던 도시 누지가 지금 이락크의 지도에는 북 이라크에 있는 키르쿡(Kirkuk)이라는 도시에서 남서쪽으로 13 km 정도 떨어져 있는 요르간 테페(Yorgan Tepe)로 표시되어 있다. 누지(요르간 테페)는 큰 언덕 하나와 작은 언덕들 여러개가 모여서 이루어진 고대 도시로써, 선사시대, 아카디안 시대, 후리안 시대, 파르티안 시대, 사싸니안 시대의 유물들이 매장되어 있다.
    그런데 누지에서 발굴된 고고학 자료를 살펴 보면, 기원전 2천년대의 중반에 이 곳을 누지라고 불렀고, 이 시대의 자료들이 다 른 시대의 자료들 보다 더 많이 또 더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그래서 이 때의 왕궁, 신전, 행정관서들과 개인의 집들이 많이 출 토 되었다. 

    누지에서 나온 고고학 자료들이 다 흥미롭긴 하지만, 기독인들에게는 특히 토판(土版) 문서들이 관심거리이다. 그 이유는 그 토판들에는 성경(특히 창세기)의 풍습과 같거나 유사한 것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지에서 출토된 토판들은 꽤 많 아서 모두 약 4천개 가량 된다. 짧은 지면이니 다른 고고학 자료들은 접어 두고 그것들을 대충 살펴보자.

    누지에서 토판들이 발굴되었을 때에 학자들은 그 토판에 쓰여진 내용들이 구약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풍습들(사회적, 경제적, 법 적인 관례들)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랐었다. 그 예들을 다 살펴 본다는 것은 이 좁은 지면에선 불가능하니, 잘 알 려진 성경 사건들을 중심하여 예를 들어 보자. 창세기의 족장(族長)들이 겪은 여러 가지 사건들을 보면 가족법에 관한 것이 많 이 있는데 누지에서 나온 토판 문서들에 나와 있는 것들과 흡사한 것이 많다. 

    아브라함은 아이들을 낳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마스커스 사람 엘리에저를 양자로 삼았다 (창세기 15:2-3). 누지에서는 자녀 없 는 부부가 종들을 입양하여 자녀로 삼았다. 아브라함의 본부인 사라는 자기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기의 몸종 하갈이 라는 여자를 남편에게 주어서 대신 아이를 낳게 하였다. 나중에 사라가 아들을 낳게 되자 그 아이(이삭)가 나이가 어림에도 불 구하고 상속자가 되었다 (창세기 16; 21:1-21). 누지 문서들도 비슷한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서도 아내가 임신을 못하 면 자기 여종을 남편에게 주어 아이를 낳게 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러다가 본부인이 아이를 낳으면 여종이 낳은 아이가 나이가 많아도 본부인의 아이가 상속자가 되었다. 아브라함은 두번이나 자기 아내 사라를 정직하게 아내라고 하지 않고 누이라고 속였 다 (창세기 12:11-20; 20). 누지 문서를 가지고도 "아내 - 누이" 주제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결혼 풍습을 살펴 보면, 이삭이 결혼할 때에 리브가의 오빠 라반이 중간에 들어서 결혼 흥정을 하였으며 리브가에게 그 흥정의 결론에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창세기 28-31). 나중에 라반은 자기의 딸들이 야곱과 결혼하도록 주선을 했는데, 이 때에는 딸들 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창세기 29:15-30). 누지의 관습을 보면, 결혼 계약서를 오빠가 만든 경우에는 반드시 결혼 당사자인 누 이가 허락했다는 문구가 들어 있으나, 아버지가 만든 경우에는 결혼하는 딸이 동의(同意)했다는 문구가 없다. 더 나아가서, 아 브라함의 심부름꾼이 리브가를 신부로 데려 오려고 내 놓은 선물들은, 누지에서 결혼의 선제 조건으로 선물을 처녀에게 준 것과 흡사 하다. 라헬과 레아를 아내로 맞이 하려고 그들의 아버지 라반에게 수년동안 봉사를 약속한 야곱의 행동은 누지의 관습에서 도 비슷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참고: 젭포라에게 장가 든 모세가 처가 살이를 오래 한 것은 야곱의 경우와 비슷하다.) 유다 와 다말의 사건에서 잘 나타나 있는 결혼 관습, 즉 동생이 미망인이 된 형수와 결혼하는 예와 (창세기 38) 그것이 법으로 규정된 것 (신명기 25:5-10)을 성경에서 읽을 수 있는데 이런 관습이 누지에도 있었다. 

    요셉이 형들에게 어려움을 당하는 사건을 읽어 보면,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질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아버지 야곱이 막 내를 편애하는 것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데, 아마도 아버지가 막내를 상속자로 삼을까봐 염려한 것 같다. 누지 문서를 보면, 아 버지가 태어난 차례나 나이를 무시하고 어린 아들을 상속자로 삼아서 형들 위에 세울 수 있었다. 
     가족 관계와 유산 상속에 대한 주제들 중에는 "임종 할 때에 하는 축복"이 있었다. 성경에 보면, 임종 때에 가족들 을 축복한 예가 있다. 이삭이 야곱과 에서를 축복한 예 (창세기 27), 야곱이 자기 아들들과 요셉의 아들들을 축복한 예 (창세기 48-49), 모세가 이스라엘을 축복한 예 (신명기 33),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을 축복한 예 (여호수아 23-24), 이런 예들을 보면 지 도자나 가문의 어른이 임종할 때에 축복을 하는 것이 이스라엘 민족이나 가문의 정체(正體)를 확립하고 이스라엘 민족 안에서나 지파 안에서 어떤 "몫"을 차지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누지에서 실시된 예를 보면, 재산 소송이 있을 때에 임종하는 어른이 소송에 연루된 사람들 중에서 특정한 사람을 축복하면 그것이 법정에서 그대로 인정되었다.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것에 대하여, 심리학적이나 종교학적이나 법적인 해석을 내리는 사람들이 있고 또한 가정생활에 대한 것과 연관하여 해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누지에서는 가정의 우상(偶像) 또는 신상(神像)은 그 가정을 묶어 주는 가장 중요한 중심이었으며, 자연적인 상속 계열을 따라서 또는 유언(遺言)에 따라 지목된 상속자에게 인계되었다. 

    이렇게 살펴 본 바와 같이, 구약성경에 기록된 사건들과 비슷하거나 같은 사건들이 누지에서도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성경 과 누지 문서들의 사회경제학적 상황이 닮은 것을 볼 때에 양자 사이에는 기원전 2천년 중반의 고대근동 문화의 공통분모가 있다 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이 성경의 족장시대가 누지 문서에 기록된 시간대 보다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어떤 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성경이나 누지의 문서에 나오는 관습들은 기원전 2천년대와 1천년 대에 근동 세계의 여러 곳에서 행해진 것이다. 요즈음 학자들은 민속학이나 여러 가지 문학자료들을 사용하여 구약성경을 설명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누지문서를 도외시하는 수가 많다. 그러나 고대근동의 사회, 경제, 법률, 따위의 실제적 상황에서 쓰여진 누지 문서가 구약성경을 연구하는데에 계속하여 특별한 위치를 유지할 것은 의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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